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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대학생활

산업공학으로 전과 (from 재료공학부)

by 고라닭 2024. 2. 11.

 

 짠. 산업공학과가 되었다. 재료공학 안녕.

 


 

계기

 

 거창한 목표가 따로 있는 건 아니었다. 군입대 전 재료공학을 찍먹해보니 안 맞는다고 느꼈고(전공 평점 3.0 언저리), 나라는 사람 자체가 재료공학보다는 산업공학에 맞지 않나 싶은 지레짐작으로 전과를 결정했다. 물론 갑자기 결정을 한 건 맞지만, 이전부터 주전공에 대한 의심과 스스로 무엇을 하고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끝없이 했다. 그래서 산업공학을 전공해도 괜찮겠다는 확신을 하고서 바로바로 행동에 옮겼다.

 

 

 전과 프로세스

 

 우리 학교의 전과는 기존 학과(부)를 나오는 전출과 새롭게 전공을 진입하는 전입, 두 과정으로 나뉜다. 교내 커뮤니티를 찾아보니 전과가 어려운 건 전출이 어려워서라고. 다행히 내 기존 학부인 재료공학은 전출이 어렵지 않았다. 전입은 진입할 전공 과목 이수 여부가 큰 영향을 끼치는 듯 했다. 이 외에는 지원서와 전공필답고사, 면접으로 평가된다.

 

 

 준비한 과정

 

  군복무 중 전과를 결정했기에 산업공학 전공 과목을 따로 이수한 게 없었다. 대신 1학년 때 선형대수학, 2학년 때 미분방정식을 추가로 이수한 정도? 그마저도 성적이 준수하지 않아 전입에 유리하지는 않았다.

 

 내게 남은 건 지원서와 필답고사, 그리고 면접. 공지사항을 보면 필답고사의 범위는 공학수학 1, 2. 기존 학부에서 공수를 전부 이수했기에 큰 문제 없겠다 싶었는데 이게 웬걸, 산업공학과의 공학수학은 선형대수 통계. 교과목 번호와 이름만 같고 완전히 다른 커리큘럼이었다.

 

산업공학과에서 배우는 공학수학 1, 2. 선형대수는 배웠다 해도 통계학은...

 

 

 전과 계획 후 필답고사까지는 한 달 반 남았었다. 이미 20개월 동안 안 써서 녹아버린 수학 뇌였기에 부대 내에서 짬짬이 공부를 하더라도 완벽히 끝내기는 어려워보였다. 그래서 수업을 들었었던 선형대수의 리마인드만 충실히 했고, 통계는 래리 고닉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통계학>으로 땜빵했다.

 

 

 필답고사와 면접

 

 스스로 생각하기에 문제풀이를 잘 하지는 못해서 적는 게 좀 부끄럽긴 하지만... 학기 중 시험 공부하듯 했다면 큰 문제가 없는 정도라 생각한다. 총 4 문제가 출제되었고 선형대수와 통계가 각각 두 문제씩이었다. 선형대수는 내적공간에서 정의된 실행렬의 성질에 대한 명제를 증명하는 문제였다. 첫 번째 문제는 아리송해 보였는데 어쨌거나 두 문제 다 실행렬을 복소체로 옮겨와, 내적공간의 성질을 이용해 각각의 명제를 증명하려 했다. 통계 문제 중 하나는 평균과 분산을 구하는 너무 당연한 문제였고, 나머지 하나는 아예 모르는 거라 패스했다. 한마디로 얼렁뚱땅 치룬 셈.

 

 면접은 약간 형식적인 절차라 느꼈다. 생각나는 질문은 '왜 복수전공이 아닌 전과를 선택했는가'와 '산업공학 관련 활동이 없는데, 전과 이후 우리 과에서 적응을 할 수 있는지' 등 나같은 학생한테 할 만한 질문들이었다. 이는 충분히 고심했던 문제들이었기에 답변에 큰 무리는 없었다. 이처럼 기본적인 질문들을 하시기에 면접을 위한 특별한 준비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면접은 10분이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이뤄졌다.

 

 

 개인적인 생각

 

 지금까지 주관적이지만 더 주관적인 견해를 써보자면... 아마 재료공학에서 전출한 덕을 크게 본 것 같다. 전출 과정도 쉬웠고, 또 산업공학 과목도 이수하지 않았는데 전과 후 학업 계획을 인정해주신 셈이니까. 나라도 나같은 학생에 대한 의구심을 품었을 듯 한데 속는 셈 치고 믿어주신 걸까. 아무튼 늘 면접보고 나면 무엇을 보고 나를 택했는지 궁금해진다.

 


 

 전과가 꽤 생소한 경험이라 기록으로 남겨봤다. 사실 전과하고자 마음 먹었을 때 관련 정보를 검색하니 전혀 나오지 않았다. 완전히 맨몸으로 부딪힌 셈. 나라도 자세하게 수기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전과를 결정한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