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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고 느끼기/책

소설 : <쇼코의 미소> - 최은영

by 고라닭 2023. 1. 22.

★★★★☆(4.5/5.0)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과 함께, 근래 읽은 현대 한국 소설 중 진한 여운을 남긴 책. 냉담한 현실을 장류진은 사랑스럽게 표현했다면 최은영은 약간 모질다고 할까. 소설 몇 개를 읽고나면 공통된 하나의 인상이 있다. 평소에 말도 잘 안 하지만 어째 모임에는 잘 보이는, 그러나 늘 슬픈 눈의 마음을 읽기 어려운 사람. 마냥 웃으며 즐겁게 사는 사람을 보며 약간은 경멸한 채 냉소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굳은 표정. 그 너머에 천천히 부식되어가는 상처받은 마음이 문장 속에 서려있다.

 

제목인 <쇼코의 미소>보다 <한지와 영주>가 꽤 강렬하게 남았다. 다른 소설에 비해 좀 더 직접적이라?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서로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는 장면을 떠올리면 다시 코 끝이 찡해져...

 


왓챠피디아 코멘트

 

'왜'라는 질문이 아무런 빛을 내지 못하는 때가 있다.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는 공허 속에서 무슨 원인과 결과를 캔단 말인가. 끔찍하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은 무의미한 외침 속에서 더 비참해질 뿐.

우리는 답을 안다. 흐르는 물길에 띄워 보내는 것. 머리에 맴돌며 속절없이 괴로운 감정만 자아내는 질문을 망각의 품 속으로 보내야만 한다. 이 과정은 희극도, 비극도 아니다. 그저 삶이다. 열 번의 획으로 이루어진 단순하고도 가슴 아픈 한 글자를 수십 만년 전 기억의 빙하 속으로 잠재운다. 원생대에서 부유하던 해파리처럼 공허 속을 떠다닌다. 그러나 분명 나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