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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기/의식의 흐름

3월의 산책

by 고라닭 2023. 3. 31.

앞자리가 2에요. 근데 세 자리 수인

3월의 마지막 날. 봄을 하루라도 느끼지 못할 까봐 매일같이 산책하는 요즘이다. 밖에 있었다면 어디든 한참을 거닐며 떠돌아다녔겠지만 안에 있으니 부대라도 돌아다녀야지.

 

사진은 인터넷에서 전부 퍼왔습니다. 군대 안 사진 촬영은 금지라...

 

회양목의 꽃. 늘 조용하던 길가에 벌레가 웅웅거린다면 자세히 살펴보자.

평소같이 사무실로 출근하던 날 유난히 벌레가 많이 돌아다녔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계단 옆 회양목을 보니 잎 사이사이에 암술과 꽃술이 따글따글. 동면에서 깬 벌도 열심히 붕붕거리며 꿀을 먹고 있었다.

 

꽃눈이 채 벌어지지 않은 봄의 초입에서 먼저 봄을 알게 해준 녀석.

 

능수 버들의 꽃. 애벌레같이 생겼다.

부대 안에는 큰 호수가 있다. 밤이면 흰뺨검둥오리들이 자러 오는 곳. 요즘에는 잘 안 오는 걸 보니 다른 곳에서 가족을 꾸릴 준비를 하나보다. 한적한 저녁 호수를 보니 시끄럽게 꽥꽥대던 녀석들의 빈자리가 크다.

 

호수 옆에는 굵직한 버드나무가 서너그루 있다. 가지에 난 게 전부 잎눈인 줄 알았는데, 초록빛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게 왠 걸 통통한 애벌레같은 게 바글바글하게 달려있다. 바로 능수버들의 꽃이었다.

 

이렇게 소박하고 귀여운 꽃들도 핀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군대 안에서 심심해하며 산책한 덕분일까.

 

 

겹홍매화. 꽃 가까이에 가면 달큰한 냄새가 난다.

열매처럼 동글동글 맺혀있던 겹홍매화도 드디어 활짝 피었다. 꽃잎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예쁘다. 한 송이 꺾어 냄새를 맡아보니 기분 좋은 달큰한 향이 확 풍겨온다. 이러니 벌레들이 정신 못차리고 달려들지.

 

가지를 가득 채워 만발하는 벚꽃과는 달리 가지에 공백이 많다. 그게 매력인듯.

 

목련도 통통한 솜털있는 겨울눈을 깨고 나왔다. 근데 여기 목련들은 어딘가 좀 맥아리가 없다 해야할까. 어디가 아픈 건지 축 쳐져있다.

 

꽃다지. 노란 꽃이 노다지처럼 있어 꽃다지란다.

길가다 무슨 좁쌀만큼 작은 노란 꽃이 퐁퐁 올라와있는 잡초가 있었다. 뭔지 몰라서 열심히 찾아보다 꽃다지란 걸 발견. 군대 오기 전에는 개망초만큼 임팩트있는 꽃만 기억했는데 이젠 작은 친구들도 이름을 불러줘야지.

 


꽃만 좋아하는 것 같지만 사실 키우고 싶은 식물은 파릇파릇 초록잎 친구들이다.

 

내일 외출 때 무늬보스턴고사리랑 미니바이올렛 바닐라트레일을 데려오기로 함!

 

무늬 보스턴 고사리 중품. 나는 훨씬 작은 애기를 데려올 예정이다.

풍성풍성한 고사리가 저렇게 사방으로 뻗어나온 게 너무 멋있어 보여서... 올해 무보고를 좀 잘 키우면 다른 고사리들도 영입할 생각이다.

 

미니바이올렛 바닐라 트레일 꽃.

얘는 사실 꽃도 예쁜데 잎도 보송보송하니 정말 예쁘다. 잎도 예쁜데 가끔씩 꽃대도 올려주면 금상첨화일듯 싶어서 바로 구매 신청함.

 

미바 무니 덴버돌

그리고 이건 당근하시는 분이 잎꽃이 한 번 해보라고 낑겨주신단다! 과연... 식린이가 잎꽃이를 성공할 수 있을까?

 

성장기를 하나하나 블로그에 기록해두고 싶지만 군인인 게 아쉬울 따름. 그래도 사무실에서 이렇게 우리 애들 키울 수 있는 환경이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간부님들이 정말 좋은 사람들이라 다행이다.

 

식물을 키우다보니 더 자취하고 싶어졌다. 볕이 잘 드는 곳으로 가서 한아름 식물들을 키우고 싶다. 책장에 빼곡히 꽃인 책들과 그 옆에는 햇빛을 받고 있는 식물들. 아침에 일어나 클래식을 틀고 식물을 감상하는 거다. 히야아~

 

얼른 식물들 데려오고 싶다. 무럭무럭 잘 키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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