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마지막 날. 봄을 하루라도 느끼지 못할 까봐 매일같이 산책하는 요즘이다. 밖에 있었다면 어디든 한참을 거닐며 떠돌아다녔겠지만 안에 있으니 부대라도 돌아다녀야지.
사진은 인터넷에서 전부 퍼왔습니다. 군대 안 사진 촬영은 금지라...
평소같이 사무실로 출근하던 날 유난히 벌레가 많이 돌아다녔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계단 옆 회양목을 보니 잎 사이사이에 암술과 꽃술이 따글따글. 동면에서 깬 벌도 열심히 붕붕거리며 꿀을 먹고 있었다.
꽃눈이 채 벌어지지 않은 봄의 초입에서 먼저 봄을 알게 해준 녀석.
부대 안에는 큰 호수가 있다. 밤이면 흰뺨검둥오리들이 자러 오는 곳. 요즘에는 잘 안 오는 걸 보니 다른 곳에서 가족을 꾸릴 준비를 하나보다. 한적한 저녁 호수를 보니 시끄럽게 꽥꽥대던 녀석들의 빈자리가 크다.
호수 옆에는 굵직한 버드나무가 서너그루 있다. 가지에 난 게 전부 잎눈인 줄 알았는데, 초록빛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게 왠 걸 통통한 애벌레같은 게 바글바글하게 달려있다. 바로 능수버들의 꽃이었다.
이렇게 소박하고 귀여운 꽃들도 핀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군대 안에서 심심해하며 산책한 덕분일까.
열매처럼 동글동글 맺혀있던 겹홍매화도 드디어 활짝 피었다. 꽃잎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예쁘다. 한 송이 꺾어 냄새를 맡아보니 기분 좋은 달큰한 향이 확 풍겨온다. 이러니 벌레들이 정신 못차리고 달려들지.
가지를 가득 채워 만발하는 벚꽃과는 달리 가지에 공백이 많다. 그게 매력인듯.
목련도 통통한 솜털있는 겨울눈을 깨고 나왔다. 근데 여기 목련들은 어딘가 좀 맥아리가 없다 해야할까. 어디가 아픈 건지 축 쳐져있다.
길가다 무슨 좁쌀만큼 작은 노란 꽃이 퐁퐁 올라와있는 잡초가 있었다. 뭔지 몰라서 열심히 찾아보다 꽃다지란 걸 발견. 군대 오기 전에는 개망초만큼 임팩트있는 꽃만 기억했는데 이젠 작은 친구들도 이름을 불러줘야지.
꽃만 좋아하는 것 같지만 사실 키우고 싶은 식물은 파릇파릇 초록잎 친구들이다.
내일 외출 때 무늬보스턴고사리랑 미니바이올렛 바닐라트레일을 데려오기로 함!
풍성풍성한 고사리가 저렇게 사방으로 뻗어나온 게 너무 멋있어 보여서... 올해 무보고를 좀 잘 키우면 다른 고사리들도 영입할 생각이다.
얘는 사실 꽃도 예쁜데 잎도 보송보송하니 정말 예쁘다. 잎도 예쁜데 가끔씩 꽃대도 올려주면 금상첨화일듯 싶어서 바로 구매 신청함.
그리고 이건 당근하시는 분이 잎꽃이 한 번 해보라고 낑겨주신단다! 과연... 식린이가 잎꽃이를 성공할 수 있을까?
성장기를 하나하나 블로그에 기록해두고 싶지만 군인인 게 아쉬울 따름. 그래도 사무실에서 이렇게 우리 애들 키울 수 있는 환경이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간부님들이 정말 좋은 사람들이라 다행이다.
식물을 키우다보니 더 자취하고 싶어졌다. 볕이 잘 드는 곳으로 가서 한아름 식물들을 키우고 싶다. 책장에 빼곡히 꽃인 책들과 그 옆에는 햇빛을 받고 있는 식물들. 아침에 일어나 클래식을 틀고 식물을 감상하는 거다. 히야아~
얼른 식물들 데려오고 싶다. 무럭무럭 잘 키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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