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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기/의식의 흐름

B주류경제학: 리셀 플랫폼에 대해

by 고라닭 2024. 6. 7.

 이 글은 아래 영상에서 영향을 받아 썼다.

 

 

 


 

 위 영상에서 내가 가장 주목했던 건 18:33의 '최근 리셀 문화에 대한 와디의 솔직한 생각'이다. 호스트가 현재 리셀 시장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지적을 했다.

 

 스니커 애호가들은 현재 과열된 리셀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내내 리셀에 대해 옹호하던 와디는 아주 조심스럽게 대답을 회피했다. 전반적으로 답한 뉘앙스는 이렇다. "옛날에는 리셀하면 욕하고 매도하던 시절이 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리셀 문화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고 본다."

 

 이 대답은 스니커 애호가들이 아니라 리셀 문화에 적응한 이들의 관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순응하는 이들만이 리셀 시장에 남아있는 상황에서, 그렇다면 지금의 문화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물어본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한 거나 다름없다. 그러자 호스트는 다시 묻는다. "이전에 신발을 정말 좋아한 문화랑은 달라진 점이 있을 것 같다"라고 하자 그제야 이야기한다. 확실히 다르고, 현재 유입된 사람 중 가격에만 집중한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덧붙인다.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돈에만 집착하는 신발 리셀 문화가 급이 낮다는 와디의 답변은, 그의 현 상황에 대한 관점을 명확하게 해준다. 그러나 그가 B주류경제학에서 내내 이야기하는 것들은 이상하게도 마지막에 이야기한 관점과는 상반된다. 내게는 그의 주장들이 나온 배경이 이런 느낌에서 나온 듯했다.

 리셀가에만 집중하는 현재 문화가 아쉽고, 스니커 문화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리셀이라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순간 자신이 몸담고 있는 리셀 문화를 부정하는 것이므로, 리셀을 반대하는 입장에 대해서 철저히 구시대적 사고라 매도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리셀 문화가 가진 관점이 부정적이라 해서 리셀 문화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리셀가 자체에 과열되고 나서 돈에 의해 신발이라는 가치가 먹혀버리지 않았는가. 그에 대해 '아쉽고 급이 낮다'라고 확실하게 표현할 정도라면 나는 당당하게 이 관점을 비판했으면 좋겠다. 신발의 가치를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문화에 유입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그렇다 해서 리셀 자체를 부정하려는 게 아니다. 신발의 가치와 자본 어딘가 그 사이의 균형을 잡자는 것이다. 오히려 신발의 가치만을 따지며 리셀 자체를 막는 것 또한 좋은 일이 아니다. 다만 시장 경제는 그 자체로 이상을 향해 나아가지 않는다. 시장에 종속된 우리는 끊임없이 지금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어디에서 균형이 무너졌으며, 그로 인해 어떠한 가치가 손실되었는지 생각해야 한다. 동시에 현재 시장이 나아가는 방향과 너무 상이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기도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시장 자체를 온전히 부정하거나 긍정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나의 요지다.

 

 물론 이는 나의 관점이고, 또한 스니커 문화와 리셀 문화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분명 지금의 과열이 정상적이지는 않다고 판단한 전문가의 말을 보며, 그리고 더 나아가 티켓 리셀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이들을 '시장 경제에 순응하지 못하는 이들'로 생각하는 관점을 보며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우리가 과연 티켓에 해당 가격을 매긴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에 프리미엄을 붙여 새로운 리셀 시장에 나오게 된다면 어떤 파급력을 가질까? 리셀에 대해 반대하는 이들을 무작정 구시대적이라 생각하기보다, 근본적으로 그것들이 함의하는 바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 영상을 보고서 또 누군가가 당연하듯, '리셀에 반대하는 건 구시대적인 거야~' 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라리 과열된 문화 자체를 옹호하더라도 그럴듯하게 나를 설득하는 이유와 근거를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리셀 문화 자체를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 리셀 가격에만 매몰되어 신발의 가치 자체에는 신경 쓰지 않는 현재 문화를 비판하고 싶었다. 동시에, 정말로 실재하는 물품이 지닌 가치가 자본에 의해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로 인해 시장이 왜곡되고, 동시에 진짜 가치를 만들어내려는 이들의 노력이 좌절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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