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악부/암벽등반(클라이밍)

암벽등반 : 도봉산 항해암장

by 고라닭 2024. 3. 6.

 

 개강 전 날, 항해 암장에 다녀왔다.

 

왼쪽은 반반길, 가운데는 좌향크랙이라고 김종식 클라이머님이 이름붙였다.

 

 재작년 설악산 이후로 다시 벽에 붙었다. 시원하게 트인 크랙을 보니 이렇게 바위를 보는 게 새삼 얼마만인지. 물론 이전에도 오랜만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이번엔 정말 '오랜만'이었다.

 

 루트에 대한 정보는 대략적으로만 찾아봤다. 유튜브 김종식 락 컴퍼니 채널에 등반 영상이 올라와있지만 워낙 오랜만이라 등반 상상이 잘 안 됐다. 무작정 붙어보는 게 답이겠다 싶어 마음가짐이나 다잡으려다... 생각해 보니 하네스에 확보줄은 어떻게 매더라? 준비물이 정확히 뭐가 필요했지? 빌레이는?

 

 결국 과거의 내가 썼던 가이드를 천천히 읽어보며 기억을 되살렸다. 내가 쓴 글을 보며 도움을 받을 줄이야. 그때 이어서 가이드를 더 작성하지 않은 게 아쉬울 따름이다. 결국 등반 전 날 방 안에 쪼그려 앉아, 충전기 케이블을 가지고 팔자 매듭을 연습했다. 또, 혹시 몰라 장비도 바리바리.

 

탑로핑만 할 셈이었는데도 왕창 챙긴 퀵과 카라비너들. 결국 가서 하나도 안 썼다.

 

 

 장비를 만지작 거리니 서늘한 금속 감촉이 낯설면서도 친숙했다.

 

탁 트인 풍경. 암벽할 때면 늘 보던 풍경이 참 새삼스럽다.

 

 오랜만에 등반이기도 했고, 암장에 대한 정보도 아는 게 없어 온전히 대장과 양현준 부원을 따라갔다. 약간은 빙 돌아갔지만 재미있었다. 어프로치에 대한 정보도 적고 싶은데 나중에 한 번 더 가게 된다면 상세한 사진과 함께 포스팅하도록 하겠다.

 

 막상 바위 앞에 붙으니 다행히 몸이 알아서 기억했다. 빌레이 방법이나 자일 묶고 사리는 법 등등.

 

성민이가 줄을 걸어준 반반길.

 

  항해암장 길에는 침니와 넓은 크랙인 오프위드(offwidth)가 가득하다. 틈 사이에서 끊임없이 몸을 비비적거리며 오르기에 엄청 힘들다. 수많은 잔 상처는 덤.

 

 반반길은 루트 자체가 많은 힘이 들면서도, 중간 중간 세심한 동작이 필요하다. 성민이가 가슴재밍을 한다고 말했는데 정말 가슴이 팍 낀다. 이 상태에서 침니 밖으로 살짝 나와 올라야 하는데 도무지 방법을 못 찾았다. 결국 자일의 힘을 빌려 침니 밖으로 편히 몸을 꺼낸 뒤 다시 등반. 완등 전 오르는 침니에서도 크랙 사이로 파고들었는데 이때도 비슷하게 편히 몸을 정비한 뒤 다시 올랐다. 겁도 겁이고 자세도 문제.

 

 그 옆에서는 좌향크랙에서 몸을 집어넣은 뒤 오르는 방법을 양현준 부원이 열심히 레슨을 하고 있었다.

좌향크랙. 양현준 부원이 오프위드에 대해 열심히 공부한 뒤, 오르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나도 반반길을 오른 뒤 좌향크랙에 붙어 레슨을 들었다. 처음에는 무슨 자세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몇 번의 시도를 반복한 뒤 약간의 노하우를 터득. 그러나 암바를 거는 자세와 오른발의 각도는 등반 중에도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래도 몇 번 정도 반복하며 오프위드를 오르는 방식을 배우니 너무 재미있었다. 실내 볼더링은 이제 새로운 자세를 배우기보다, 기존 실력을 갈고닦아 더 어려운 난이도를 도전하는 단계다 보니 이런 기분이 정말 '오랜만'이었다. 새로운 걸 배우고, 또 적용하는 재미란. 항해암장을 다시 오른다면 아마도 이 오프위드 때문일 듯. 친절하게 설명해 준 양현준 부원에게 이 글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모든 게 다 '오랜만'이었다. 낯설면서도 친숙한 감각. 덕분에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그 중 가장 크게 든 생각은 더 많이 배워야겠다는 다짐. 보고 배울 수 있는 믿음직한 사람들이 많아서 좋다. 기회가 될 때마다 등반에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