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하프 마라톤. 생각보다 더 좋은 기록에 너무 기쁘다. 지루함을 참고 10~15k를 뛰었던 지난 나날들 덕분이겠지. 이 이상으로 기록 단축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제는 풀코스 완주와 장거리 수영, 그리고 철인3종에 도전해보고 싶어서다.
달리기에 대한 글은 11월 3일 전에 최대한 완성해볼 계획이다. 풀코스를 맞이하기 전, 달리기에 대한 마음가짐을 정돈하고 싶다. 나는 왜 달리는 것인지, 지난 나날 동안 달리기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실은 이번 하프 대회는 천천히 뛸까 생각했다. 오른쪽 무릎 뒤쪽(접히는 부분)에서 통증이 가시질 않았기 때문이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달리며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를 나름대로 결론내려봤다. 턱없이 부족한 마일리지로 인해 충분한 근력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마르고 가벼운 몸으로 무리해서 뛰다보니 인대, 혹은 힘줄에 무리가 간 것같다. 기록은 좋지만 실상은 텅 빈 껍데기나 다름 없다. 그러다 보니 천천히 뛰는 법도 너무 늦게 깨우쳤다. 노력 없이 쉽게 좋은 성과를 얻는 게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아무튼 그런 상황에서 왜 빨리 뛰었냐면... 현장의 열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어쩔 수가 없다. 특히 이번에는 응원하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하이파이브도 했다. 너무 즐거웠다.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이렇게 응원나와준 것에 고마웠다. 그리고 그들이 내게 힘내라고 말하는 순간에는 정말 하나도 지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통증들이 잊히고 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솟아나온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응원이 있다. 러닝과 관련 없어보이는 두 학생이 약간은 어색하고 초조하게 선 채 소심하게 달리는 무리를 향해 '화이팅~'을 외쳤었다. 무리 안에 있던 나는 그들과 눈이 마주쳤고, 달리는 도중 주먹을 꽉 쥐며 크게 화이팅을 외쳤다. 그러자 갑자기 방긋 웃으면서 더 크게 '화이팅!' 하는 답이 돌아왔다. 응원에 대한 답이 돌아온 것에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느낀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 다짐했다. 응원을 하러 온 분들에게 최선을 다해 답을 해주고, 또 가능하다면 고맙다고 이야기해야겠다고.
내내 함께 달렸던 이들은 물론, 그저 빠르게 스쳐 지나갈 이들을 위해 열심히 소리치던 분들에게 나는 형용할 수 없는 유대감을 느꼈다. 그 순간 나는 '우리'를 체험했다. 허벅지와 종아리가 죽어라 혹사당하고 심장이 터질 듯 달리던 와중에도 마음 한 구석에서 무언가가 벅차올랐다. 목적이 없는 불특정 대상을 향한 감사함. 혹은 그저 그 자체로서 감사하다는 감정. 이 글을 빌어 다시금 응원해준 이들, 옆에서 함께 달렸던 러너들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특히 응원해주었던 두 학생에게는 더욱.
물론 그렇다고 러닝 클럽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아마 글에서도 적겠지만 내게 러닝은 친목이랑은 거리가 먼 개념인 듯하다. 굳이 따지자면 실존, 살아가는 방식에 가깝다. 그것이 이전까지는 유아적이고 개인적인 차원이었다. 그나마 원희 덕분에 함께 달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이제는 정말 더 넓은 '유대'를 갖고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내가 느낀 감정에 대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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