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제132호 블로그 시작 다짐 겸 글을 올립니다.
이번에는 진심으로... 꾸준히 해야지.
2022.04.25. ~ 2024.01.24. 공군 병 837기.
드디어 전역.
갓 상병 됐을 땐 참 까마득했는데, 막상 병장이 되니 시간이 참 빠르다. 순식간에 지나간 군생활에는 전과 준비가 한몫했다. 확실히 목적이 생기면 시간이 부족하단 말이지.
기분은... 시원섭섭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 던져지듯 서울에 서있던 그때의 감정과 다를 게 없다. 물론 군생활을 더 하고 싶은 건 아니고요.
군생활 동안 무엇을 배웠냐고 하면 말하기는 어렵다. 표현해 보자면 '살아가는 법'을 좀 배웠다고 할까. 그게 뭔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군필자라면 내 말에 공감이 될까?
동시에 부끄러움도 많이 느낀다. 지나온 나날 중, 여전히 나를 괴롭히는 부끄러운 건 대개 사소한 일들이다. 별 거 아닌 일에 퉁명스럽게 대했다거나, 조금 멍청한 실수를 했거나, 혹은 모르는데 아는 체하다 걸렸다거나. 이상하게도 큰 실수들은 그다지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군생활도 마찬가지. 남이 크게 꾸짖을 만한 잘못 보다는... 그냥 자그마한 기억들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럴 때면 법정 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때로는 큰 허물보다 작은 허물이 우리를 괴롭힐 때가 있다. 허물이란 너무 크면 그 무게에 짓눌려 참괴(慙愧)의 눈이 멀고 작을 때에만 기억에 남는 것인가. 어쩌면 그것은 지독한 위선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평생을 두고 그 한 가지 일로 해서 돌이킬 수 없는 후회와 자책을 느끼고 있다. 그것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문득문득 나를 부끄럽고 괴롭게 채찍질했다.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동무들과 어울려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서였다. 엿장수가 엿판을 내려놓고 땀을 들이고 있었다. 그 엿장수는 교문 밖에서도 가끔 볼 수 있으리만큼 낯익은 사람인데 그는 팔 하나가 없고 말을 더듬는 불구자였다. 대여섯 된 우리는 그 엿장수를 둘러싸고 엿가락을 고르는 척하면서 적지 않은 엿을 슬쩍슬쩍 빼돌렸다. 돈은 서너 가락치밖에 내지 않았다. 불구인 그는 그런 영문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 일이, 돌이킬 수 없는 이 일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그가 만약 넉살 좋고 건강한 엿장수였더라면 나는 벌써 그런 일을 잊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장애자라는 점에서 지워지지 않는 채 자책은 더욱 생생하다.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군생활 중 법정 스님의 엿장수 일화같은 일이 있었다기보다, 작은 허물이 더 큰 괴로움으로 남는다는 말에 공감이 되어 인용했다.
짧았던 군생활에서도 작은 허물들이 이리 많은데, 하물며 죽는 그 순간은 어떨까. '이만하면 잘 살았지' 하며 편히 눈을 감는 게 가능할 리 없음을 깨닫는다. 법정 스님도 돌아가시는 그 순간에 장애인 엿장수를 떠올리셨을까? 죽는 그날 나를 괴롭게 할 허물이 더 많아지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겠다.
전역한지 이제 열흘정도 지났는데 오늘에야 첫 외식을 했다. 나머지는 다 집에서 요리해 먹었는데, 그간 요리를 얼마나 하고 싶었는지 새삼 느꼈다.
한식이 입맛에도 맞고 만드는 재미도 있다. 예전에 요린이 때는 파스타 많이 해 먹었는데 이제는 별로 안 당긴다. 나중에 분위기 낼 때 마늘 듬뿍 봉골레 파스타 & 안심 스테이크로 하지 않을까.
아마 자취 요리는 이 선에서 크게 안 벗어날 듯 싶다. 학기 중엔 아무래도 바쁠 테니까... 국 하나 해놓고 제육이나 볶음밥 하는 식. 학기가 시작되면 점심은 도시락을 먹을 계획이다. 완전히 한 끼를 먹거나, 혹은 반찬거리를 해가서 천 원의 학식이랑 먹거나.
사실 전역 당일에는 노량진에 갔다 왔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탱글 식감 참숭어와 말도 안 되는 맛의 홍가리비. 너무 많이 사버려서 왕창 남겼지만... 그래도 전역한 날이니 행복하게 먹어야지. 참숭어는 필렛으로 떠와서 직접 썰어 먹었는데 반절은 회로, 반절은 다음 날 아침 물회로 먹었다. 앞으로 회 사면 이런 식으로 먹을 듯.
운동이나 방 인테리어 등은 나중에 또 올릴 예정!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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